'상상플러스'의 '올드앤뉴' 영향일까요?
요즘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큰 맘먹고 우리말과 관련한 책을 한 권 샀는데,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하는군요.
서울에 살면서, 업무에 치이다보니 지는 해는 커녕 뜨는 해조차 볼 일이 없고,
덕분에 '해거름'이란 단어를 말할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뿌연 하늘일테지만, 오늘은 해거름에 지는 해를 한 번 보고 싶습니다."계절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무서운 비바람이 우리를 긴장속에 몰아넣는가 했더니 고개 숙인 벼가 넘실대는 벌판에서는 메뚜기떼가 야단입니다. 어릴 적 추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몽골몽골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가 평화로운 해거름, 고샅에 나와 '저녁 먹어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개발 바람에 삶의 모양이 바뀌다 보니 잊혀 가는 말이 맣다.
위 글에 나온 '해거름'과 '고샅'. 우리의 옛 정서를 담뿍 담은 고유어다.
'해거름'은 줄여 '해름'이라고도 하는데, 해가 지기 바로 전의 시간대를 뜻한다. 한자어로는 '석양(夕陽)' 또는 일모(日募)'라고 표현한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의 땅거미 질 무렵인 '황혼(黃昏), 박야(薄夜), 석음(夕陰), 훈일(훈日)'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을 말한다.
정겨운 말 '고샅'은 "고샅에서 놀다 오너라" "큰길을 벗어나 어둠이 가득괸 고불고불한 고샅으로 들다 보면 순간 무서운 생각이 엄습하곤 했다"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길'과 관계된 말이다.
혼히 집 밖이나 마을 밖을 '고샅'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는 집의 담과 담 사이 골목길을 의미한다. '고샅'을 소리나는 대로 적어 일부 지방에선 '고삿'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삿'은 '초가지붕을 일 때 쓰는 새끼'란 의미로 전혀 다른 말이다. 참고로 표준어 규정을 만들기 전에는 이런 의미의 '고삿'과 좁은 길의 '고샅'을 구분하지 않고 '고샅' 하나로만 표기했다.
-'한국어가 있다1,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우리말 바루기'팀 지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