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결혼과 함께 신혼집을 꾸미며 마눌님과 함께 가장 신경을 썼던 곳이 서재다. 마눌님은 책읽기를 좋아하고, 나는 책 수집(?)이 취미인 까닭에 둘이 싸 짊어지고 온 책이 꽤나 많더라. '서재 결혼 시키기'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중복되는 책들은 골라내 일부는 친구에게, 일부는 동생에게 선물을 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처음보다 꽤 많은 책이 늘어나 보조 책꽂이를 하나 더 구입할 정도로 책이 늘어났지만, 서재를 향한 우리 부부의 발걸음은 꽤나 뜸한 편이다. 여전히 마눌님은 많은 책을 읽고, 나의 책 수집은 여전하지만, 서재에서의 책읽기는 사실상 전무한 것이 현실. 침실에서, 거실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는 우리 부부지만, 책읽는 장소에 있어서 서재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최초 서재를 만들고, 책상을 두면 책읽기에 좀 더 몰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단지 우리의 기대일 뿐. 그렇다면, 우리의 서재는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을까?
마눌님과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 서재의 가구 구성 실패
책꽂이 얘기가 아니다. 부부가 욕심을 부려 구입한 책상이 가장 큰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서재에는 책꽂이와 함께 업무용 냄새가 나는 책상이 발코니 창을 등지고 놓여 있는데, 이 녀석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류의 책상이 업무를 보거나, 컴퓨터를 이용하기에는 유용할 지 모르지만, 서재에서 두 부부가 책을 읽기에는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버린다. 차라리 긴 테이블을 서재의 가운데에 놓고, 편안하고, 넓은 의자를 양쪽에 두는 것이 훨씬 좋았을 듯. - 날씨에 민감한 서재
발코니 확장을 한 서재의 방은 햇볕에 잘 드는 편이다. 주위에 높은 건물도 없어서 전망도 좋은 편. 반면, 요즘같이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는 계절에 우리 서재는 후끈 달아올라 버린다. 블라인드도 그닥 도움이 되지 못하며, 거실의 에어콘과는 거리가 있어 찬 기운이 닿지 못하는 것도 원인. 게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발코니 확장 덕분에 겨울의 한기가 서재를 가득 채우곤 한다. 결국 봄, 가을 정도의 날씨 외에는 서재 출입이 쉽지 않은 편.
더위 문제는 선풍기를 활용하고, 집의 양쪽 발코니 창문을 열어 바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듯 하고, 추위 문제는 전기 히터와 함께 블라인드 대신 두꺼운 커튼을 다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밖에 식탁에 굴러다니는 주전부리 과자와 주방의 커피메이커를 서재로 옮겨놓는 것도 서재로의 발걸음을 유도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서재는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읽는 곳이 되어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올해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 책을 읽는 서재를 만들어 봐야겠다.
덧. Inuit님의 포스트를 읽고, 내가 안 읽은 책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다가 엉뚱한 포스트를 작성해버렸구나. - -;
태그 : 서재
덧글
서재 리모델링프로젝트 멋진데요.
우리 꿈인 북까페를 미리 만들어본다 생각하고, 지금 우리 서재를 북까페로 만들어보아요. ㅎㅎ
말씀처럼 서재는 책읽기에 최적화될 필요가 있지요.
저희는 거실을 그렇게 만들었어요. 한벽엔 책장, 한쪽은 큰 책상, 한면은 소파.
TV가 없어서 아이들과 눕고 앉아 책보기 좋은 분위기입니다.
(위 한방블르스님 말씀처럼, 벽지... ㅋㅋ)
서재 공간의 활용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애쓰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부러움 가득입니다.
저도 마음같아서는 제 서재를 침대방으로 만들고 안방을 서재로 꾸미고 싶은데...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아이들과 함께 시도를 해봐야겠어요 ^^
그저 그 안에 자주 들어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더라궁~ 벤치~ 그것도 좋은 생각이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