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코엑스몰에서 진행됐던 'IPTV Business Insight'에 참석했었다. IPTV에 관해서 아직 초보자인 나에게 꽤나 좋은 내용이 많았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오전에 진행됐던 해외 IPTV 사업자의 사례 발표.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IPTV에 있어서는 여타 다른 경쟁국가에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이나 인프라 부족보다는 관련 업계의 밥그릇 싸움과 정부의 추진 의지 부족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덕분에 IPTV의 보급율은 해외가 더 높은 편.
그중에서 유럽은 IPTV를 제일 먼저 시작했고(이탈리아의 'FastWeb'), 특히 프랑스의 IPTV 보급율은 유럽에서도 top. 아래 표에서 'Orange TV', 'Free', 'Neuf TV'는 프랑스의 IPTV 서비스이다. 이처럼 IPTV가 활성화된 유럽에서 특히 프랑스의 IPTV가 활성화된 원인은 무엇일까?
세션 연사였던 제임스 톰슨(쿨렌 인터내셔날 수석 컨설턴트)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 경쟁플랫폼(디지털 케이블TV, 디지털 위성 방송 등)의 시장 점유율이 타 국가(영국 등)에 비해 높지 않았다.
- 매력적인 콘텐츠(프로스포츠 등)의 판권 보유회사가 플랫폼을 구분하지 않고 가입자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오픈 콘텐츠 모델)
- 기간망 사업자인 FT(France Telecom)는 Free, Neuf Cegetel社에게 LLU방식으로 망을 임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TPS, 30유로, 47,000원)를 제공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기 경쟁 플랫폼이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IPTV가 시장에 진입했으며, 동시에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확보하여 가입자 확대가 용이했고, 기간망 사업자의 네트워크를 임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초기 시장진입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은 LLU가 활성화되어 있고, 제공가격에 대한 적절한 규제도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성공 요인 3가지는 현재 국내 IPTV 사업자가 처한 어려움에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국내 유료 TV시장은 케이블 TV가 1,400만 가구, 위성방송(스카이 라이프)이 200만 가구를 차지하며 포화상태에 달했다. 결국 IPTV는 이 시장을 나눠먹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또한, 경쟁력있는 콘텐츠인 지상파(KBS, MBC, SBS 등)는 위성 DMB(TU)의 사례에서 보듯 새로운 매체에 쉽사리 자사의 콘텐츠를 공급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케이블 TV에서 방송중인 주요 콘텐츠는 케이블 TV 사업자(SO)와 수직 계열화된 PP(CJ, 동양계열)들로 경쟁사인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할 생각이 없음을 천명한지 오래다. 케이블 TV의 다른 PP들 역시 케이블 TV 시장의 눈치를 보느라 IPTV쪽에 쉽사리 콘텐츠를 공급하지 못한다.
또한 IPTV의 QoS/QoE 보장을 위해 프리미엄 백본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망 보유자인 KT는 IPTV 경쟁 사업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네트워크를 임대할 것 같지는 않다. 기실 임대 자체도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국내 IPTV 시장의 상황은 중국 IPTV의 부진 요인을 통해서도 예견할 수 있다. 중국은 4억의 TV 이용 가구중 1/3이 아날로그 케이블 TV를 시청하고 있으며, 디지털 케이블 가입 가구의 수도 1,300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2006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IPTV 전체 가입자 규모는 50만 가구에 불과하며, 2007년 말 기준으로는 100만 가구를 예상하고 있다.(EIC자료) 2005년에 보급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 증가 속도가 더딘 셈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IPTV가 시장 대비 가입자 규모가 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 케이블 TV의 높은 보급률 및 지방 정부의 지방 보호주의
- 콘텐츠 부족 및 관리 허술
- 기술 및 네트워크의 제약
중국은 아날로그 케이블 TV의 보급률이 높으며, 동시에 디지털 케이블 TV로의 전환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경쟁 사업자의 높은 보급률은 IPTV 시장 활성화가 더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경우 CCTV라는 전국권역의 공영방송외에는 각 성(省)별로 지방 방송국들이 존재하는데, IPTV의 경우 전국권역 사업자로 허가를 받다보니 해당 지방에서 지방 방송국을 보호하기 위해 IPTV 서비스를 차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베이징의 경우, 베이징시의 반발로 인해 IPTV 서비스가 금지를 당했음)
IPTV 전용의 콘텐츠가 부족하며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고 있는 점도 IPTV 보급 속도의 지연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인터넷 이용자의 72%가 ADSL을 이용하는데, 실제로 이론상 ADSL 대역폭만큼의 속도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 대다수인 현실이다. 이런 열악한 네트워크 인프라는 IPTV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하기 힘들고, 이는 IPTV 보급 지연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프랑스와 중국의 사례를 통해 IPTV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살펴봤다. 정리하면, 첫 번째는 시장 경쟁의 구도로써 유료 TV 시장에 먼저 진입하여 First Mover로써 경쟁의 우위에 서거나, 후발 주자로 진입하는 경우 기존 매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두 번째는 경쟁력있는 콘텐츠의 확보로써, 기존 매체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수용하며 동시에 IPTV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번째는 네트워크에 확보 부분이다. 국내 인터넷 인프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품질이 좋지만, 수십 개의 HD급 실시간 방송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백본망, 가입자망으로는 QoS를 보장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때문에 백본망의 업그레이드, 네트워크 장비의 업그레이드 및 가입자망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고, 기간 망에 대한 임대가 보장되어야 한다.
KT를 제외한 국내 IPTV 예비 사업자들은 위와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강력한 경쟁자인 케이블 TV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가 용이하지 않으며, 네트워크 확보도 쉽지 않다. 이런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갈 수 있을지 각 사업자의 전략이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