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점핑 - ![]() 장호준.정영훈 지음/살림Biz |
얼마전 가수 이승철이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란 코너에 출연해서 '박진영이 이렇게 긴 생명력에 가요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줄 몰랐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나 역시 전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박진영이 처음 데뷔했을 때 지금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될 줄 누가 예상했을까? 외모가 출중하지도 않고, 엄청난 노래 실력을 갖고 있지 않다(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성공한 가수가 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오랜 세월동안 왕성한 가수 활동과 함께 현재는 후배를 양성하는 실력있는 제작자의 위치에 선 사람이 박진영이다.
뜬금없이 박진영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런 박진영이 추천했다는 책이 '점핑'이다. 최근 책을 팔기 위해 유명인사의 추천사도 사고 파는 출판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지만, '가수 박진영과 윤송이 SK 상무가 이 책을 극찬했다'는 띠지의 문구는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박진영은 단순한 '딴따라'라기보다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라는 느낌? 전략적 사고를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낸다는 책의 주제도 마음에 들었고.
이 책은 전략적 사고 방식을 다룬 비즈니스 팩션이다. 스토리텔링 방식을 차용한 자기계발서라는 얘기. 비즈니스 팩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점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위해 억지춘향식의 설정과 스토리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 등장하는 설정과 스토리 전개는 꽤나 흥미로운 편. 이 책을 쓴 저자들(장호준, 정영훈)은 맥킨지, 액센츄어 등의 전략 컨설팅社에서 일했던 컨설턴트다. 저자들이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전문적인 전략 컨설팅 방법론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수 년간 컨설팅 업무에 종사하면서 쌓은 전략적 사고 방식에 대해 '체계화-통찰-전달'이라는 세 가지 큰 흐름으로 꽤나 쉽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해 깊이 있는 전략적 사고에 대한 방법론을 얻기는 어렵다. 내공이 있는 기획자라면,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내용일테니 말이다. 전략적 사고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입문서로써, 내공이 있는 이들이라면 전략적 사고에 대한 리마인드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쟁점을 정리해 문제의 본질을 찾는 '체계화'는 '이슈 정의'로부터 시작된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명확히 규정해야만 이후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은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이슈 정의는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야 하며, 동시에 해결을 위한 후속조치가 가능해야 한다. 책에서 든 예를 빌면, '현 사업부의 성과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현 사업부가 3년 후 영업이익 1,000억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존 사업 부문 개선 과제 및 이의 실행 계획은 무엇인가?'라는 이슈 정의가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이렇게 이슈가 정의되면, 다음 과정으로는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하게 이슈트리를 만드는 것. MECE는 서로 배타적으로 중복되지 않으며, 같은 단계의 이슈들을 합치면 상위 단계 이슈의 모든 측면이 포괄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MECE하게 정리된 이슈 트리를 통해 도출된 항목 중에서 우선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이슈와 그렇지 않은 이슈를 정리한다.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2x2 매트릭스를 추천하고 있다.

체계화와 통찰을 통해 해결책이 확정되면, 작성된 안(案)을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전달'이라고 표현한다. 경험이 많지 않은 기획자들이 보고 자료를 작성할 때, 흔히 하게되는 실수가 있다. 자신의 보고자료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수집한 정보들을 주욱 나열하고, 마지막에 결론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즉, 결론보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강조하게 되는 식이다. 물론 이러한 보고 자료의 구성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한 구성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결론을 먼저 꺼내들고,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된 수많은 분석과 자료들을 뒤에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핵심 제안을 먼저 제시하고, 이러한 제안의 논리적 근거 및 자료를 제시한다. 위의 그림처럼 아래로 내려가면서 왜 그러한 지에 대한 대답을 제시함으로써 논리적 피라미드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방식은 이슈에 대한 해결책 및 그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제안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위와 같이 정리될 수 있지만, 정리한 내용을 보니 딱딱하기 그지없구나. 역시 이 책은 직접 읽어야 재미도 있고, 이해도 쉬울 듯.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만들 때, 간혹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전략적/논리적 사고 방법론에 대한 흥미를 느낀다면, '로지컬 씽킹'이나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을 읽어보길 권한다.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MECE, 프레임워크/피라미드구조 사고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또, 전달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고 싶다면, '처음 5분이 프레젠테이션의 운명을 결정한다'라는 책을 추천한다.
덧. 생각해보니 '체계화-통찰-전달'이라는 3가지 과정은 예전 선배와 상사들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표현하는 단어나 방식은 다르지만, 체계적인 자료의 정리와 분류를 강조했던 안팀장님, 늘 나에게 '그래서 뭘 어떻게 할껀데?'라고 질문을 던지던 김부사장님, '결론은 항상 제일 앞에!'라고 가르쳐주었던 성이사님 등등. 이 책을 읽다보니 주니어 기획자 시절, 선배들의 가르침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나도 좋은 선배가 되어야 할텐데. :-)











덧글
TomCat 2008/02/02 20:29 # 답글
이거 참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알면서도 잘 챙겨생각하지 못 하는 것들이네요,
까모 2008/02/05 13:59 # 답글
TomCat/도움이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
넷물고기 2008/09/23 20:27 # 삭제 답글
좋은책인것 같습니다. 전략적사고 ,, 가끔 일을 그르치고나면 떠오르지만 정작 실무중엔 또 외양간취급을 하니 .. 쩝
까모 2008/09/24 14:16 #
넷물고기/전략적 사고는 모든 실무기획자들의 소망인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