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요즘 신규사업 관련하여 몇 가지 아이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뉴스와 블로그를 뒤적거리다가 예전에 구입했던 소비트렌드 관련한 책들이 생각나더군요. 서재를 뒤져보니 읽은 책, 읽다만 책, 손도 안 댄 책이 나옵니다. ^^;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라는 책은 그 목록에서 손도 안 댄 책중 하나입니다. 이 책이 출간된 시기가 2004년 10월이니 대략 3년정도 지났네요. 사실 트렌드라는 것이 시간에 민감한 녀석인지라 '3년이나 지난 책이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과거의 트렌드를 정리해본다는 차원에서 가볍게 읽어보았습니다.
책의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로 글로벌한 세계 소비시장의 보편적인 코드들을 짚어보고, 두번째로 한국 특유의 소비 트렌드 12가지 코드를 시장 인프라, 소비자, 기업 등 3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현재(2004년의 시점에서) 진행중인 트렌드 3가지를 언급합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한국의 15개 소비 트렌드 중에서 주목할만한 것을 뽑아보면, 먼저 '정보화'라는 코드를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사실 '정보화'라는 것은 이제 트렌드라기 보다는 일상의 보편적인 생활에 가깝겠죠. '정보화' 트렌드는 나머지 트렌드 코드들의 배경으로 작용합니다. '유통구조의 지각변동', '소비 동질화 시대', '신세대 소비자 파워' 트렌드는 '정보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서는 발생할 수 없는 트렌드입니다.
'정보화' 트렌드에서 언급하는 '완전경쟁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완전경쟁 시장'은 이론 경제학이 상정하는 이상적인 시장이라고 합니다. 경제학의 이론전개를 위해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여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정을 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시장의 완전경쟁'이랍니다. 저자는 학부에서 경제학을 배울 때,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책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완전경쟁 시장'이 한국의 소비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답니다.
[완전경쟁 시장에 대한 이론 경제학의 여러 가정들]
- 다수의 구매자와 판매자가 존재한다.
- 모든 상품이 동질적이다.
- 시장에의 자유로운 진입과 후퇴가 보장된다.
- 완전한 정보가 존재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없다.
- 정보에 대한 거래 비용은 제로다.
(경제학원론, 2003)
위에서 언급한 완전경쟁 시장의 가정이 한국의 소비시장에 100% 부합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시장은 99%의 완전경쟁 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옥션, G마켓과 같은 오픈마켓에는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공존하며, 규격화된 상품 카테고리에 있어서 모든 상품은 동일합니다. 또한, 상품의 판매/구매 절차가 너무나 간단하며, 구매하고자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또한 무료로 제공되고 있죠.
정보화로 인해 '완전경쟁 시장'이 가능하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소비행동 최적화가 가능해지고, 기존 시장을 잠식하여 오프라인 시장을 대체합니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휴대폰으로 인해 정보화 수혜대상이 광범위 해지면서 유행의 파급력이 거세지고, 이로 인해 소비특성의 보편화, 동질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첨언하면 정보화로 인해 소비의 동질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반대로 정보화로 인해 독특한 개인주의적 소비성향 역시 발생하고 있죠. 이전 시장에서는 두드러지지 못했던 개개인의 욕구들이 온라인을 통해 발현되고, 그런 욕구에 적합한 상품들이 온라인을 통해 연결되고 있으니까요. '롱 테일Long Tail'이란 말로 설명될 수 있겠네요.(저자가 책을 쓸 당시에는 크리스 앤더슨의 '롱 테일'의 개념이 발표되기 전.)
저자는 '한국만의 특성을 찾아라'라는 마지막 챕터에서, '감성'과 '낮은 가격'이 소비자 트렌드의 중심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두가지 요소가 'OR'가 아닌 'AND'로 결합되었을 때 시장에서 생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e커머스 분야에서 옥션과 G마켓은 '낮은 가격'이라는 무기를 통해 시장을 평정했습니다. 이제 CJ나 GS같은 유통분야의 대기업조차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이들이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한데에는 '낮은 가격'의 영향이 큽니다. 똑같이 '낮은 가격'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룬 옥션과 G마켓을 이기긴 쉽지 않겠지요. '낮은 가격'을 갖추고, '감성'이라는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이 정답일텐데, '감성'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풀어내야할지는 아직 의문이네요. 그 해답을 찾아내는 기업이 이 시장에서 승리자가 될테구요. :-)
담아둘만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구조의 맥락을 짚어내는 작업을 통해야만 현상의 보다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
인터넷, 정보화가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켰다기 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던 소비 니즈와 구체 대상 제품들 간의 장벽(hurlde)을 없앤 기여가 크다.
새로운 소비인프라, 새로운 제품들이 단기간에 히트의 반열에 올라온 이유는 분출구를 찾지 못하던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