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차원의 기획도 있다. 9·11 테러가 대표적이다. 9·11 테러는 기획이 요구하는 일련의 과정을 꼼꼼히 밟은 치밀한 작품이다. 어떤 특정한 과제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세계와 이슬람의 적’인 미국을 치명적인 방법으로 공격해야 한다), 그 과제의 완수 또는 문제 해결을 위해(치명적 테러를 통해 미국을 혼돈에 빠트리기 위해) 일정한 대상물들에 대해(미국의 민간 항공기들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벌어질 수 있는 주요 상황을 파악·예측해(항공기를 동시에 여러 대 납치해도 전투기들이 즉각 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정 의도에 따라 목표한 결과를 얻도록 하는(납치한 항공기로 미국의 상징적 건물을 향해 자살 테러를 감행함으로써 미국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다) 일련의 사고 과정과 행동 양식(테러 요원을 종교적·사상적으로 무장시켜 훈련한 뒤 테러 행위에 투입해 실행한다)을 기획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오사마 빈 라덴은 ‘세기의 기획자’인 셈이다.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구성한 9·11 진상조사위원회는 2004년 8월 해산에 앞서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9·11 동시 테러를 막지 못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상상력의 빈곤’ 때문이었다”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기획의 핵심 구성요소인 통찰력과 상상력에서 미국 당국은 오사마 빈 라덴에 뒤처진 것이다.
기획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오사마 빈 라덴은 그야말로 '세기의 기획자'다.
테러분야는 사양하겠지만, 나도 통찰력과 상상력을 갖춘 '세기의 기획자'가 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