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욱~ 쉬자고 마음 먹었던 신혼여행이기에 책 몇 권과 PMP를 챙겼습니다.
아름다운 모래사장과 바다를 눈 앞에 두고, 책은 뭐고, PMP는 왠 말이냐?
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서도...
해변의 비치의자 또는 원두막에 누워서,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는 건 정말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말이죠.
게다가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여진다면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치열하고 바쁜 일상생활속에서 진도 안나가던 책들도, 이런 곳에선 금방이더라구요.
여행에 들고 간 책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키 일상의 여백'이란 에세이가 있었습니다.
'하루키 일상의 여백'은 하루키가 미국에 머무르면서 잡지에 기고했던 짧은 단편 에세이를 모은 책입니다.
혹시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너무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데, 조금 밖에 남지 않아서 아쉬웠던 기억들 말이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몇 Chapter 안 남았을 때, 아까워서 더 읽지 못하겠다, 아껴서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들 말입니다.
예전 미국 출장때도 '먼 북소리'를 단숨에 읽어내린 적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
역시 여행에는 하루키의 에세이가 최고로 좋은 것 같아요.
저에겐 여행중에 읽는 하루키의 에세이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력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차갑게 얼린 맥주 한잔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 일상의 여백/무라카미 하루키